우리는 일상에서 흔히 어떤 대상에 대하여 '애착을 느낀다' 혹은 '애착을 가지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애착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되는 마음의 상태로 애착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그것은 '몹시 사랑하거나 끌려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 또는 그런 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린아이가 자신에게 의미 있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가까이 있고자 하며 떨어지기 싫어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언제부터 시작되고 어떻게 발달하여 가는 것인가? 의미 있는 타인과의 사이에 형성된 애착의 질은 인간 발달의 다른 측면과 어떻게 관련되는가? 영유아의 건강한 애착 형성을 돕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와 관련하여 연구자들은 건강한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영아기 사회성 발달의 가장 중요한 과업이며, 애착 형성의 결정적 시기는 인간 생애의 초기인 영유아기이므로 이 시기 성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1) 애착의 정의와 특성
애착이란 '생애 초기에 영아와 주 양육자(주로 어머니) 사이에 형성되는 강하고 지속적인 정서적 유대'를 뜻한다. 다변화된 현대 사회에서 애착의 대상은 어머니를 포함하여 양육의 1차 책임을 맡게 되는 아버지나, 조부모, 교사 등으로 그 폭이 넓어지고 있다.
영아가 누군가와 애착을 형성하고 있는지를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애착 대상을 향해 영아가 나타내는 애착 행동은 바로 그 단서가 된다. 애착 행동이란 '애착을 느끼는 대상과 접근하고 소통하기 위해 영아가 본능적으로 취하는 다양한 행동'으로 어머니로부터 자연스럽게 보호 반응을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다. 생후 6개월경 영아는 주 양육자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경향을 강하게 드러내며 이러한 행동을 지속적해서 나타내는데 이를 보고 애착이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애착 행동은 신호 행동, 지향 행동, 신체 접촉 행동으로 구분되며, 구체적인 행동의 예는 다음과 같다.
*애착행동의 유형
신호행동 : 울기(칭얼거림), 미소짓기, 소리내기
지향행동 : 쳐다보기, 따라가기, 접근하기
신체 접촉 행동 : 기어오르기, 매달리기, 안기, 잡기
이처럼 영아의 애착행동은 주 양육자가 아기를 더 잘 돌보도록 자극하며, 결과적으로 영아와 어머니 간에 친밀감과 정서적 유대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한다. 즉 어머니와 안정 애착을 형성한 영아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정서적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어머니를 찾고 가까이 있으려고 함으로써 어머니로부터 원하는 반응을 끌어낸다. 또한 낯선 환경이나 사람을 접했을 때도 잠시 불안이나 두려움을 나타내지만, 가까운 곳에서 어머니의 존재를 확인하면 이내 정서적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다.
영아와 성인 사이에 형성되는 애착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닌다.
첫째, 애착은 보편성과 함께 특수성을 지닌다.
애착은 모든 인류의 생래적이고 보편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으나, 각각의 부모 자녀 관계에서 형성되는 애착의 질이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서는 특수성을 지닌다.
둘째, 애착은 상호성을 지닌다.
어머니와 영아의 개인적 특성이나 상황적 특성이 반영된 상호작용은 애착의 특성을 다르게 만든다. 예를 들어 임신과 출산에 대한 계획과 준비가 충분했던 어머니는 보다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영아와 건강한 애착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아기의 건강상태가 양호한 경우 어머니는 양육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되고 이것이 긍정적인 양육행동을 촉진함으로써 애착의 질에 기여한다.
셋째, 애착은 안정성을 지닌다.
이미 형성된 애착 유형은 쉽게 변화되지 않으며 지속적해서 유지된다. 즉 애착의 질적 측면은 가족 환경에 대한 개입이나 변화가 없는 한 쉽게 변하지 않는다.
넷째, 애착은 지속성을 지닌다.
주 양육자와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형성된 초기의 애착 관계 유형은 영아에게 내면화되기 때문에 이후의 또래나 이성관계의 특성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2) 애착의 중요성
생애 초기에 형성된 애착은 인간 발달 및 적응 전반에 강력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부모와의 애착관계는 유아에게 정서적 안전 기지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준다. 영아기에 형성된 애착이 인간 발달의 여러 국면에 미치는 큰 영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애착은 건강한 인성의 기초가 된다.
안정 애착을 형성한 유아는 자신이 원할 때마다 지속적해서 민감하고 따뜻한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 그리고 그러한 기대가 충족되었을 때, 유아는 자신을 유능한 존재로 인식하고 주변 세계에 대해 신뢰감과 안정감을 가지게 되며, 이는 건강한 인성의 기초가 된다. 안정 애착 유아는 일반적으로 자신감과 호기심이 넘치며 좌절을 잘 참아내며, 문제행동을 덜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생애 초기에 경험한 불안정 애착관계는 향후 애정 결핍으로 인한 정신 문제나 타인과의 정서적 관계에 대한 어려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애착은 인지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생에 초기에 부모와 안정된 관계를 경험한 유아는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한다. 또한 타인을 신뢰하고 의지하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여 대인관계에서 긍정적인 성취를 보인다. 실제로 안정 애착 유아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잘 동조하고 협동적이며 어머니의 지시나 제한을 더 잘 따르는 경향이 있다. 또한 다른 사람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감정이입을 잘하며, 놀이에 대한 제안을 많이 하고, 지도력을 발휘해서 인기가 많다. 그럴뿐만 아니라 불안정 애착아에 비해 자아존중감이 높고, 부정적 정서를 통제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반해 불안정 애착 집단의 유아들은 또래와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타인으로부터 위축되어 있거나 경계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어머니로부터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거나 거부당한 유아들은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을 배우지 못하여 공격성을 자주 보이고 여러 가지 품행 문제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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